올해 NDC 끝난지 오래 됐는데 지금 생각나 발표 슬라이드를 올립니다.
이글루에 직접 embed가 안되어서 슬라이드셰어 링크로 대신합니다.
(주)손노리에서 2001년 출시한 고전게임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의 디렉터 포스트모템입니다.
화이트데이의 저작권은 (주)엔트리브와 (주)손노리에 있습니다.
최근 GDC에서는 고전게임들의 포스트모템을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페르시아의 왕자>나 <폴아웃> <엘리트>처럼 출시된지 15년~25년쯤 된 게임들에 대한 포스트모템입니다.
그 이후로 NDC에서 화이트데이의 발표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곤 했는데
아직 11년 밖에 안 된 이 게임을 감히 고전이라고 부르는게 옳은가,
지금이 얘기해도 될만큼 충분히 숙성(?)됐는지 고민을 했습니다.
게임 개발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10년 정도면 고전으로 봐도 될 것 같고..
아무튼 이렇게 시작된 발표인데, 웹진 같은데서 취재 기사도 나오고 보니
너무 제 개인의 성과로만 비춰져 당시의 주변 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발표 내용에서 제가 했던 실수들에 대해서도 솔직히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저 게임을 만드는덴 관련된 많은 분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고
당시의 손노리라는 회사의 저력이 아니면 만들수 없는 게임이었는데,
디렉터 관점으로만 설명하다보니 이런 늬앙스가 잘 전달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
발표 이후에 슬라이드를 조금 수정했습니다.
이번에 발표준비를 하면서 예전 메모와 기록들을 들추어보니, 잊고 있던 교훈이 많았습니다.
특히 데모버전과 프로토타입에 관한 생각은 10년만에 깨달은 것 같습니다.
이 오래전 경험의 회고가, 현재의 우리들이 게임을 만드는데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50분 안에 맞추어 설명하느라,
발표때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슬라이드만으로 훑고 넘어간 부분이 많습니다.
마지막에 회심의 Q&A 예측샷까지 준비해뒀는데, 시간이 빠듯해 질의응답 시간이 생략돼 아쉬웠습니다.
게임회사 취업을 희망하는 분들을 위한 커리어 가이드 강연의 슬라이드를 공개합니다.
2011년 가을에 신촌의 넥슨 취업카페에서 처음 강연한 내용으로, 2012년 NDC의 커리어세션에서 다시 발표하였습니다.
AVATAR MIRROR - play movie from Eunseok Yi on Vimeo.
(클릭해서 vimeo 사이트에서 HD 화질로 보시면 더 좋습니다)
저희 회사 내부에서도 그렇지만, 회사 외부의 분들도 NX Art Lab이 뭘 하는 곳인가,
이런 전시회는 왜 하는가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이 블로그에서 설명을 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속해있는 회사는 게임에서 출발한 기업이지만,
게임의 테두리를 넘어서 문화와 예술 분야에 많은 투자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협업해 사내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고,
제주도에 박물관을 준비하기도 하고, 이미 문화명소가 된 카페가 생긴것 등..
그 외에도 여러가지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미술 전시회를 하는 것이었으며,
이를 위해 NX Art Lab 이라는 작은 아티스트 그룹이 결성돼 지난 몇 달간 작품을 준비해왔습니다.
이 전시회의 제안자인 NXC의 대표 김정주 사장님은 아낌없는 후원과 노력을 쏟아주셨습니다.
저는 새 프로젝트 준비 중이라 가장 덜 바쁠것 같다는 오해로(?) 발탁되어
이 전시회의 디렉팅과 작가들의 대표를 맡게 됐습니다.
원래는 직접 작품 안 만들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큼직한거 한 작품도 직접 맡게 됐더라는..
저를 포함해 이번 전시회를 연 제 1기 멤버 6명은 데브캣 스튜디오 소속의 게임 아티스트들입니다.
작품 준비를 위해 선정릉 주변에 가칭 '넥슨공방'이라 불리우는 전용 작업실도 마련하였습니다.
전시회를 마치고 나면 아트랩은 이후의 새 멤버들을 모집해 2기 3기...
이런 식으로 동아리 활동(?)과 강습 같은걸 받으면서 새롭게 또 작품들도 만들고,
그 중 일부는 1년에 한 번쯤 전시회를 하기도 하면서 이후의 운영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저는 아마도 2기부터는 활동하지 않고, 뜻있는 또 다른 분들이 멤버들을 이끌고 활동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너희가 게임 만드는 사람들이지 무슨 예술이냐? 라고 물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본업은 게임 제작자가 맞습니다만...
그러나 예술은 그리 멀고 거창한게 아닙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목적없는 행위 그 자체가 예술일 뿐입니다.
대중적이고 흥행산업에 있기에 서브컬처로 저평가 당하고 있을 뿐이지,
게임은 이미 많은 예술적 측면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상업용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도,
'게임'이라는 형식과 목표의 제약 없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담아본 것으로 충분히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녀사냥하듯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며 우리 사회의 시선이 매우 험악해지고 있는 요즘,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시도는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시회를 처음 준비할 때 아트랩 멤버들과 나눴던 이야기는,
'우리가 평소 만드는 게임 아트웍, 즉 디지털로 100% 복제되어
인터넷과 모니터로 무한히 재전송되는 작품이라면
굳이 오프라인에서 전시회를 통해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니터로 보는 것과 차이가 없는 작품이 아닌 것'을 만들어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이 전시회의 테마는 borderless, 즉 경계가 없다, 경계가 희미하다는 말입니다.
전통적인 미술의 출발점은 아날로그와, 실제의 매체에서 시작되지만,
저희가 평소에 게임을 만들면서 만드는 아트웍은 디지털과, 가상의 매체 영역에 있습니다.
이 사이의 경계를 들어낸 것이 이번 전시회의 테마이고 아트랩 1기 멤버들의 목소리입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도 없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도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 어떤 작품은 관객을 가상세계에 아바타로 만들어 넣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100% 포토샵으로 그린 그림과, 그걸 다시 실제 캔버스에 옮긴 유화를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게임에서 지나칠법한 소품을 현실 세계에 끌어내서 그 실재감을 보여줍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캐릭터 이미지가 공개된 마비노기2(제가 몸담고 있는 프로젝트는 아닙니다)는
그 캐릭터들의 모니터를 모아두고 아날로그 세계에서 캠프파이어를 벌입니다.
그리고 인터넷 접속을 은유하는 랜카드 이더넷포트로 만든 작품,
판타지 세계의 캐릭터가 현실세계의 아이템을 들고 있는 모습의 작품...
이번에 소개된 15점의 작품들을 모두 글로 설명드리진 못하지만,
한 번 보시면 충분히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정말로 '모니터를 통해선 전달되지 않는' 작품들입니다.
설치가 까다로운 작품들도 있고, 일부 작품들은 판매가 될 수도 있어서, 나중에 다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주제는 오래전부터 고민하던 건데
최근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더욱 강해졌습니다.
최근 예부터 들어보자면 <LA 느와르>를 만든 것은 호주의 개발사입니다.
(LA 느와르 개발기 참고)
이 글을 보고 떠오른 생각은 '어째서 호주에서 LA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들었을까?'였습니다.
LA에는 할리우드가 있어서,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곤 하는 곳입니다.
경찰들이 범죄자를 덮치며 L.A.P.D! 라고 외치는 장면은 왠지 로망이 있지요.
하지만 LA는 게임 스튜디오도 수없이 많은 곳입니다.
LA는 그들의 앞마당이고, 전세계 그 누구보다 LA의 게임개발자들은 그 곳을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습니다.
즉 호주 개발사에게 경쟁력이 있지 않은 소재를 채택한 것입니다.
호주는 그런거 말고도 게임 소재로 쓸 거 많잖아요?
아무튼, 한국의 스튜디오에서 한국인 스탭들이 게임을 만드는 이상
- 즉 개발의 근거지를 미국이나 중국으로 옮기지 않는 이상 -
'한국에서 만드는게 가장 경쟁력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성공에 더 유리합니다.
그게 무얼까요?
이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1. Cross - 교차로
이건 마비노기 영웅전 개발 포스트 모템에서도 이야기한 바가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위 슬라이드의 42~61 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 특별한 소재 사용
저는 이것을 좀 더 찾고 싶은데, 두 가지 조건이 있다고 봅니다.
(1) 세계인의 흥미를 자극하면서
(2) 한국인이 남들보다 잘 표현할수 있는 소재
예를 들자면, <북한>, 또는 <분단국가> 같은 것도 여기에 속합니다.
어떻게 보면 북한은 삼성전자보다 더 인지도 있는 존재입니다.
외국인들은 Korea 라고 하면, 뉴스에서 맨날 들어온 악의 축 North Korea부터 떠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Vindictus의 해외 포럼에서도 North Korea가 개발한 걸로 생각하는 외국 초딩 유저님도 계십니다.
한국의 보통 사람들이 뉴스를 보면서, 중동이나 남미, 아프리카의 국가들을 잘 구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꼭 긍정적이지 않은 것이라도 괜찮습니다. 가진 자원이 없는 우리는 악명이 무명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나, 홍콩의 구룡성채 같이 무섭기로 소문난 곳이 모던워페어 시리즈에 인상적으로 나오는 것처럼요.
이런 어두운 분위기가 때론 서브컬처에서는 더 흥미로운 것이
우크라이나의 개발사가 만든 <스토커> 시리즈나, <메트로 2033> - 이 경우는 러시아 배경이지만 -
같은 것들도 있습니다.
한국 영화업계에서는 이 점에 일찍 주목했기에 <쉬리>나 <JSA 공동경비구역> 같은 영화를 만들어
국내에는 물론 해외에도 어필했습니다. 성과가 꼭 좋다곤 말할 수 없지만요.
어쨌든 이후 역대 흥행영화의 많은 수가 분단이나 북한과의 대치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인기 끈 <의형제> 같은 영화도 마찬가지지요. 저는 <고지전>도 재밌게 봤습니다.
이렇게 쓸 수 있는 특수한 소재가 또 뭐가 있을까요?
p.s. 사족을 좀 달자면 현재 북한은 많이 흔들리고 있어서
서브컬처에서 위협세력으로 등장하기엔 후광이 좀 모자라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크라이시스>나 <홈 프론트>에서도 원래는 중국군을 적으로 등장시키려 했는데
개발사가 중국과의 관계를 걱정해 북한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중국으로 바꿔서 생각하면 위 게임들의 스토리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요.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