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3DS 이야기 게임만들기

E3 2010의 승자, 닌텐도


이번 E3 2010 행사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Nintendo 3DS와 MS의 Kinect였습니다. Kinect는 유리로 관람할 수 있는 대형부스를 여럿 만들어서, 직접 해보지는 못하더라도 밖에서 구경할 수 있었지만 3DS 쪽은 완전 신비주의(?) 컨셉으로 폐쇄적 부스를 운영하고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줄이 길어서 관람을 포기했던 사람들도, 한 번 들어가서 구경하고 나오면 모두들 3DS를 입이 닳도록 칭찬을 하니 궁금해서 가보지 않을 수가 없는 마력이 있었지요. 저도 갔다와서 사방에 떠들고 다녔습니다. 궁금하시죠? 바로 그런 마력입니다.

3DS는 스크린샷이나 동영상으로는 그 효과를 느낄 수 없고, 그 모습을 멀리서 보아도 알 수 없습니다. 오직 "직접 체험"하는 것만이 해답이기 때문에 닌텐도로서도 고민 끝에 짠 홍보전략이었을 겁니다. 물론 게임쇼에서 폐쇄적 부스를 운영하는 곳은 원래 한 둘이 아니지만요.

닌텐도 컨퍼런스의 마지막 부분에, 백여 명의 도우미들이 허리춤에 끈으로 연결된 3DS를 들고 나타나 관람객들 사이를 다닌 것은 훌륭한 쇼 디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것을 마지막에 극적으로 보여주었거든요. 저도 컨퍼런스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TIG의 기사 영상을 보시면 그 위세가 짐작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영상 강추) 사람들이 어렵게 줄서서 들어간 닌텐도 부스 역시 그 도우미 아가씨들이 길게 늘어 앉아서, 20분간 원하는 자리에 골라 앉아 볼 수 있었습니다.

닌텐도_도우미들의_위엄.jpg



휴대용이기 때문에 가능한 무안경 3D

제가 예전 포스팅에 "무안경 3D 기술이 현실성이 있느냐, <불특정 다수>의 관람자가 <불특정 위치>에서 보는 것이 가능하냐"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얼마 후 3DS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휴대용 게임기<혼자>서 <특정 위치>에서만 보는 것이므로 무안경 3D가 가능하거든요.

작년에 나크님이 후지필름에서 나온 3D 카메라를 사서 갖고 놀았었는데, 그 카메라에 붙은 액정 디스플레이가 바로 같은 방식이었습니다. 3DS에서 사용하는 렌티큘러 디스플레이는, 사실 이미 다들 친숙하게 보아온 것입니다. 책받침이나, 신용카드나, 마우스 패드 같은데 보면 가는 세로줄 홈이 쳐있고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이미지가 보이는 인쇄물로 만든 것들 있지요? 그게 렌티큘러 인쇄입니다. 미세한 요철 모양의 렌즈를 씌워서 두 개의 이미지를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게 하느 것입니다. 그걸 액정화면에 응용하면 같은 원리로, 시점에 따라 두 개의 이미지 중 하나 혹은 두 개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렌티큘러 방식은 시청자가 정중앙에서 보면 올바르게 왼눈에 L 이미지, 오른눈에 R 이미지를 볼 수 있지만, 조금 옆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 왼눈에 R, 오른눈에 L 이런 식으로 반대로 보이거나, 두 개가 겹쳐져서 동시에 보이거나 해서 제대로 안 보입니다. 이 때문에 <불특정 다수>가 <불특정 위치>에서 보는 TV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손에 들고 하는 개인용, 휴대용 게임기의 디스플레이는 플레이어가 늘 중심에 가까운 위치에서 보면서 게임을 하므로 문제가 없습니다. 옆 친구가 구경할 때에는 지장이 있겠지만, 이럴 때는 약올리면서 무시하던가(...) 액정 옆의 슬라이더를 내려서 2D 모드로 전환하면 됩니다.

휴대용 게임기는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거치형 콘솔 게임기에 비해 늘 작은 화면에 낮은 스펙을 제공할 수 밖에 없는 약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개인화된 디스플레이"라는 특성을 이용하여, TV로 보는 거치형 게임기에서 따라오지 못 할 새로운 강점을 개발해냈습니다. 정말 멋진 전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닌텐도의 리더들은 대단한 비전력과 추진력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위협과 닌텐도의 미래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애플에서 다음 세대 아이폰에 3D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면?

골수 게임 회사로서는 불공평하게도, 애플에게 닌텐도는 위협이 되지 않지만, 닌텐도에게는 애플이 위협이 되는 관계에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휴대용 게임기보다도 더 휴대성이 높고(사람들이 전화기는 늘 가지고 다니지만 게임기는 안 그렇지요), 언제 어디서나 게임 다운로드가 가능한 특성과 오픈마켓이 있어 게임기보다 더 매력적인 면이 있습니다. 아직은 스마트폰이 게임기보다 몇 배 비싸서 다행이지만,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 닌텐도는 많이 위험해지겠지요.

이렇게 닌텐도에는 위협인 스마트폰 회사가, 닌텐도가 어렵게 발굴해낸 휴대용 디스플레이만의 매력을 뒤따라 적용하면 김빠지는 일이 될 것입니다. 특허 같은 걸로 방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곧 카피캣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아이폰에 정말로 3D 디스플레이가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터치 스크린의 평면 조작은 깊이 있는 입체 화면과 어울리지 않으므로, 직관적이고 심플한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애플에서는 거부할 수도 있겠지요. 또 화면을 가로/세로로 돌리는 데에도 제약이 있을 거고요.

제 생각에는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먼저 3D 디스플레이 폰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아이폰 만큼은 아니겠지만 닌텐도에게는 위협이 되겠지요. 그럴 바엔 아예 닌텐도에서 선수쳐서, 닌텐도 게임기를 안드로이드 호환으로 만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소니에서 PSP 폰을 만든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일본회사 특유의 폐쇄성으로 나가서는 비전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뿌리깊은 플랫폼 홀더가 다른 S/W 플랫폼에 종속적인 위치로 들어간다는게 쉽지 않은 선택이겠지요.

이번 행사에선 닌텐도의 승리였지만, 닌텐도는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소니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닌텐도도 불안해하고 있을 겁니다. 닌텐도를 지탱하는 두 개의 축 중 하나인 체험형 게임기 분야에서는 MS한테 밀리고, 휴대용 분야에서는 스마트폰이 기어 오르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폐쇄성을 버리고 좀 더 개방성을 취해야 합니다. 닌텐도 플랫폼의 서드파티들은 큰 돈을 벌지 못하고 닌텐도 게임들만 차트를 장악하는 구조를 바꿔야겠지요. 

어쨌거나 늘 사람들이 생각치 못한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 장인들이기에, 또 뭔가 재밌는 걸 보여주리라 기대합니다. 닌텐도 화이팅!

핑백

  • 이은석 항해일지 : GDC 2011 참관보고서 - 냉전의 종식 2011-07-25 10:42:07 #

    ... 불쾌하실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냉정한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닌텐도 3DS에 대한 기대(http://doocub.egloos.com/4417091)가 있었기에, 이번 GDC에서 닌텐도에 대한 실망감과 안타까움도 컸습니다. 하지만 닌텐도는 늘 벼랑 끝에서 홈런을 쳐대는 회사니까 뭔가 또 멋진 카드 ... more

덧글

  • 2010/06/20 23:0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라세엄마 2010/06/21 00:39 #

    렌티큘러?가 설명하신 그런 방식이라면, 화질은 떨어지지 않나요;?
  • 김윤정 2010/06/21 10:33 #

    1/2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가로 800의 해상도인 이 기기는, 3D 대응하면 400으로 떨어집니다.
    사실상 3D 라는 것은 결국 2개의 화상을 출력해야 하는 관계로 어떤 것이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보통 그래서 화질을 (해상도를) 1/2 로 손해보게 되는데, 최근의 TV나 PS3와 같은 엑티브 글래스 방식은 프레임을 1/2로 손해보면서 화질을 유지시키는 방식이지요.
  • 라세엄마 2010/06/21 11:59 #

    쳇..
  • 재규어 2010/06/25 15:12 #

    그럼 3DS로는 고화질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한거군요.
    나중가면 화질도 꽤나 중요해질것 같은데, 화질 쪽으로 승부하게 된다면 닌텐도가 좀 불리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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