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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03일
'긴긴 겨울밤'이라는 표현을 들으면 나는 가슴이 설렌다.
어렸을 적의 추억들 때문인데.. 그때는, 밤을 새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겨울밤은 정말 길게 느껴졌다. 어른이 돼서는 밤을 많이 샜고 (즉 깨어있는 상태로 밤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체험하였고) 또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기 때문에 겨울밤마저 짧게 느껴지지만, 어렸을 때는 내가 측정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만큼 밤은 정말 많이 길다고 생각했다. 여하튼 이런 긴 겨울밤, 공돌 초등학생이던 나는 마이 프리셔스 MSX 앞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미지의 세계를 끝없이 탐험하는 게임을 하든가, 책에 나온 베이직 게임 소스를 입력하면서 뭐가 나올까 기대하고, 몇 번을 통독해서 내용을 외우다시피한 컴퓨터 학습(잡지이름)을 들춰보며 끝없는 공상에 빠졌고, 그 잡지에 나온 멜로디 크리스마스 카드 만드는 기사를 보면서 (그 당시 멜로디 나오는 카드는 매우 귀한거였다) 부품을 모아다 만들어서 같은 반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선물하는 상상을 하기도 하는 등 겨울밤에 대한 기억들은 모두 두근두근한 감정들이었다. 창밖에 눈이라도 내리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었고.. 우리 부모님은 약국에서 일을 하셨는데 밤 11시 넘어서야 집에 들어오시곤 하셨다. 가끔 약국 옆 분식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만두를 사갖고 오시곤 했는데 밤에 먹으면 그게 정말 맛있었다. TV 주말의 명화랑 같이 보면 즐거움이 두 배. 겨울밤은 길고 행복했다. 퇴근길에 우연히 그 생각이 나자 배가 고파져서 라면을 하나 사들고 집에 들어왔더니 사람좋으신 우리 예비매형이 기어이 직접 끓여주셨다. 우리 매형 최고 후후~ 오늘밤 역시 행복. |